WHY 입냄새, WHAT 구취
-김대복 박사의 종횡무진 냄새 문화 탐험-
현대인의 절반은 입 냄새에 예민하다. 구취는 타인에게 불쾌감을 줘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. 입 냄새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예외가 없다. 대전대 한의대 김대복 겸임교수의 입냄새 문화 산책을 시리즈로 엮는다.
<3> 입 냄새 진단법과 전자코
혹시, 나에게도 입 냄새가? 사람에게는 궁금증과 불안증이 있다. 이 두 가지는 진취적 행동의 배경이고, 뒤를 돌아보게도 한다. 인간은 평가에 대해 민감하다.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면 조직생활이 버겁게 된다.
그렇기에 남에게 비친 나를 고민하고,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. 그 결과 사회는 안정을 유지하고, 인류의 문화는 발달했다.
이 같은 문화유산은 입 냄새 불안감을 남긴다. 구취가 있으면 좋은 인상을 심기 어렵다. 외출 전에 칫솔질을 하고, 향수를 뿌리는 이유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은 구취 불안증을 갖고 있다.
혹시, 말을 할 때 입에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를 걱정한다. 구강질환, 호흡기질환, 소화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민감하다.
손쉬운 입 냄새 자가진단으로 아침 기상 직후 깨끗한 종이컵에 숨을 내 쉰 뒤 맡아보는 방법이 있다. 특이한 냄새를 스스로 알 수 있다. 인간의 사고는 시각, 청각, 후각, 촉각, 미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이 균형을 이룰 때 유리하다.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은 시각과 청각 비중이 높아진 반면에 후각의 역할은 축소됐다.
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각 수용체는 약 1000개로 2000~4000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. 종이컵에 담긴 입안 공기로도 구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.
그러나 종이 속 냄새의 실체를 확인할 수는 없다. 흔히 접하는 냄새 종류는 수만 가지가 넘는다. 아침 점심 저녁 등 시간마다 변화도 크다. 또 냄새는 경험 학습이다. 사람이 숨을 쉬면 특정 대상에서 나오는 휘발성 물질도 흡입된다. 코 안 점막 후각상피세포의 수용체는 냄새 정보신호를 두뇌로 전달한다. 정보를 받은 두뇌는 예전의 비슷한 기억을 인지해 냄새 요인을 인식하게 된다.
인간은 자연의 수만 개 냄새에 대한 정보를 다 학습하지는 못한다. 또 특정 냄새에 익숙하면 다른 냄새를 맡기 어렵다. 후각 기능이 많이 약화된 인간은 입 안 냄새의 원인까지는 알기 쉽지 않은 것이다.
입 냄새가 의심되면 구취 측정기로 테스트한다. 구취 측정기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입 냄새의 원인이 소화기인지, 구강인지, 호흡기인지를 일부 알 수 있다.
그런데 멀지 않은 날에 가정에서도 입 냄새 원인 분석이 가능할 듯 싶다. 최근 급성장하는 전자코(ElectricNose) 덕분이다. 냄새의 화학 성분 분석 장치인 전자코는 극소량 냄새 물질도 세밀하게 탐지할 수 있다. 이를 기반으로 지뢰 탐지용, 우주선 유해물질 감지용, 유독가스 확인용 전자코가 이미 개발된 상태다.
또 냄새로 질병을 알아보는 연구 성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. 환자가 내쉰 숨에서 나오는 냄새를 전자코로 분석하면 간편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. 실제로 후두암, 구강암 등의 진단 기술이 가능한 전자코는 실용화 직전에 와 있다.
이는 전자코로 구취의 원인 분석이 가능함을 말한다. 그러나 가정에서의 몇 년 내 실용화는 가능성이 떨어진다. 기술이 아닌 비용의 문제다. 따라서 당분간은 입 냄새 불편함이나 구취 스트레스가 있으면 구취 측정기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경제적이다.
글쓴이 김대복
대전대 한의학과 겸임교수로 혜은당클린한의원 원장이다. 주요 논문으로 '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'가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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